
연말정산 미리보기 앱을 켜보니 올해도 환급액이 생각보다 적게 나옵니다. 연금저축 600만원은 이미 꽉 채워 넣었는데 세액공제를 더 받을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검색창에 쳐본 단어가 바로 IRP 계좌입니다. 이름도 낯설고 퇴직연금이라니 회사 다닐 때만 상관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인이 직접 여는 통장이더라고요.
IRP 세액공제는 연금저축과 별도로 한도를 더 마련해주는 제도라서, 연말정산 시즌마다 “300만원만 더 넣으면 얼마 더 돌려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IRP가 뭔지부터, 세액공제 계산,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세금까지 순서대로 정리해봤습니다.
IRP가 뭔가요, 연금저축 다음의 절세 카드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는 이름 그대로 개인이 직접 만드는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회사가 챙겨주는 퇴직급여제도에는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이 있는데, 이 둘은 회사가 운용을 맡거나 회사가 정해준 틀 안에서 돈이 굴러갑니다.
IRP는 다릅니다. 재직 중이든 이직을 했든,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개인이 별도로 열 수 있는 계좌이고, 여기에 자율적으로 돈을 넣어서 세액공제를 받는 구조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부분인데, 회사가 주는 퇴직금 통장과는 별개로 “내가 직접 여는 절세용 저금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절세 계좌 세 가지를 한눈에 비교한 글에서 다뤘듯이 ISA, 연금저축, IRP는 각각 성격이 다른데요. 그중 IRP는 연금저축만으로 세액공제 한도가 부족할 때 채워 넣는, 말하자면 세 번째 카드에 해당합니다.
IRP 세액공제, 얼마까지 얼마나 돌려받나
세액공제 한도부터 봐야 합니다. 연금저축 단독으로는 연 600만원까지, 여기에 IRP를 더하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입니다(출처: 국세청, 연금계좌 세액공제, 2026.07 기준).
세율은 소득 구간에 따라 나뉩니다. 국세청 원문 기준으로는 총급여 5,500만원(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면 15%, 초과하면 12%인데요.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붙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환급률은 각각 16.5%와 13.2%가 됩니다. 둘 다 틀린 숫자는 아니고 지방세를 포함했는지 여부의 차이라서, 어느 쪽으로 봐도 계산은 같습니다.
숫자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이 연금저축 600만원을 채우면 600만원의 16.5%인 99만원을 돌려받습니다. 여기에 IRP로 300만원을 추가로 넣으면 300만원의 16.5%인 49만 5,000원이 더해져서, 900만원 한도를 다 채웠을 때 최대 148만 5,000원까지 환급받는 구조입니다.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는 경우엔 같은 900만원을 넣어도 13.2%가 적용돼 118만 8,000원 정도로 줄어듭니다.
실전에서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연금저축펀드로 세액공제 받는 법을 정리한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연금저축 600만원을 먼저 채우고, 그다음 여윳돈으로 IRP에 300만원을 추가하는 순서가 가장 깔끔합니다. 세액공제만 놓고 보면 두 계좌를 합쳐 900만원까지가 실질적인 한도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세액공제 한도(900만원)를 넘어서도 두 계좌 합쳐 연 1,800만원까지는 납입 자체는 가능합니다(출처: 소득세법 시행령 기준, 다수 금융기관 공시 교차 확인, 2026.07 기준). 이 초과분은 세액공제는 못 받지만 운용 중 발생한 수익에 세금을 나중으로 미뤄주는 과세이연(세금 매기는 시점을 인출 시점까지 미뤄주는 것) 효과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연금저축과 IRP, 뭐가 다른가
두 계좌가 세액공제는 같이 묶여 있지만 속 내용은 다릅니다.
연금저축은 펀드나 ETF 등 상품 구성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반면 IRP는 위험자산(주식형 펀드, ETF 등)은 최대 70%까지만 담을 수 있고, 나머지 30% 이상은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는 의무 규정이 있습니다(출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시 기준, 2026.07 기준).
금융당국이 이 70%/30%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오긴 했는데요, 2026년 7월 현재까지 시행령 개정이 확정된 건 아니라서 아직은 “논의 중”으로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도인출 조건도 IRP 쪽이 더 까다롭습니다. 연금저축은 특정 사유 없이도 중도인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지만, IRP는 무주택자 주택구입, 개인회생, 6개월 이상 요양 같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어야 부분 인출이 가능합니다. 노후자금 목적이 뚜렷한 만큼 문턱을 높여둔 셈입니다.
연금으로 받을 때 세금, 종신형이면 더 낮아진다
IRP 돈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만 55세 이후, 계좌 가입일로부터 5년이 지나야 합니다(출처: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국세청 확인, 2026.07 기준). 다만 퇴직금을 IRP로 옮겨 받은 경우엔 5년 요건 없이 55세만 넘으면 바로 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요건을 채워서 연금으로 받으면 세율이 확 낮아집니다. 나이에 따라 55~69세는 5%, 70~79세는 4%, 80세 이상은 3%(국세 기준)이고,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각각 5.5%, 4.4%, 3.3%입니다(출처: 소득세법 제129조, 국세청 확인, 2026.07 기준). 연간 연금 수령액이 1,500만원 이하면 이 저율로 과세가 끝나는 분리과세가 적용되고, 1,5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와 분리과세(국세 15%, 지방세 포함 16.5%) 중 유리한 쪽을 골라 신고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부분은 종신형 수령입니다.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을 받기로 하는 종신계약을 선택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세율이 3%(지방세 포함 3.3%)로 적용되는데, 이건 2025년 세제개편으로 국회를 통과해 2026년 1월 1일부터 실제로 시행 중인 확정 제도입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07 기준). 오래 받을수록, 그리고 종신형을 선택할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중도에 깨면 손해 보는 이유
IRP는 노후자금을 위해 세제 혜택을 얹어준 계좌이기 때문에, 55세 이전에 정해진 사유 없이 중도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분과 운용수익 전체에 기타소득세 16.5%가 원천징수됩니다(출처: 소득세법 제129조, 2026.07 기준).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돈보다 더 많이 토해내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서, 급전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헐어야 할 통장은 아닙니다.
천재지변이나 사망, 해외이주, 개인회생·파산, 3개월 이상 요양처럼 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이 불이익 세율 대신 원래의 저율 연금소득세나 퇴직소득세 수준이 적용되는 예외가 있긴 합니다. 다만 이런 예외 사유를 미리 계산에 넣고 IRP에 돈을 넣는 건 순서가 바뀐 이야기라서, 애초에 5년, 10년 안에 쓸 일이 없는 여윳돈만 IRP로 넣는 게 안전해 보입니다.
정리
IRP는 회사가 관리하는 퇴직연금과 별개로 개인이 직접 여는 계좌이고, 연금저축 600만원을 채운 뒤 추가로 활용하면 900만원 한도까지 최대 148만 5,000원(총급여 5,500만원 이하 기준)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55세까지, 그리고 가입 후 5년까지는 사실상 묶이는 돈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해야 합니다.
ISA 계좌를 함께 비교한 글도 참고하시면 세 계좌를 각자 어디에 쓸지 순서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IRP는 연금저축 한도를 다 채우고도 세액공제를 더 챙기고 싶을 때, 그리고 그 돈을 노후까지 묶어둬도 괜찮을 때 고려하는 계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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