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저축이나 IRP에 몇 년째 돈을 넣으면서 매년 연말정산 세액공제만 챙겨온 분이라면, 55세가 가까워질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럼 이 돈 찾을 때는 세금 안 내는 거 맞지?” 답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낼 때 세금을 깎아준 대신, 받을 때 연금소득세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내는 구조입니다.
이걸 과세이연이라고 부르는데요. 세금을 면제해준 게 아니라 “나중에 내라”고 미뤄준 것이라는 뜻입니다. 외상으로 물건을 산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돈이 안 나가서 편하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하니까요.
다만 다행인 건 이 외상값을 어떻게 갚느냐, 그러니까 어떻게 수령하느냐에 따라 붙는 세금이 확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 차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연금소득세, 늦게 받을수록 세율이 낮아진다
사적연금(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이 아니라 연금저축·IRP처럼 개인이 가입한 연금)을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나이에 따라 원천징수세율이 다르게 붙습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수령 나이 | 세율(지방소득세 포함) |
|---|---|
| 55세~69세 | 5.5% |
| 70세~79세 | 4.4% |
| 80세 이상 | 3.3% |
늦게 받을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급하게 55세부터 몰아 받기보다 천천히 나눠 받는 쪽이 세금 면에서는 유리하다는 뜻이죠. 표의 5.5%, 4.4%, 3.3%는 전부 국세에 지방소득세(국세의 10%)를 더한 값이라는 점도 같이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종신수령(사망할 때까지 계속 연금으로 받고 중도해지가 불가능한 계약 형태)에는 별도의 특례세율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있던 제도인데, 2026년 1월 1일부터 이 특례세율이 4.4%에서 3.3%로 낮아졌습니다. 새로 생긴 절세 카드가 아니라, 원래 있던 우대세율이 한 단계 더 내려간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내 계좌 안 돈은 한 종류가 아니다
여기서부터가 좀 헷갈리는 부분인데요.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 잔고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 안 됩니다. 계좌 안에는 성격이 다른 돈이 최대 네 가지 섞여 있고, 인출할 때 빠져나가는 순서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빠져나가는 순서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1.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 한도를 넘겨 넣었거나 공제 신청을 하지 않은 돈입니다.
2. 이연퇴직소득: 퇴직금이 이 계좌로 넘어오면서 세금 납부가 미뤄진 돈입니다.
3.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 매년 연말정산에서 공제를 챙긴 납입금입니다.
4. 운용수익: 계좌 안에서 굴려 불어난 돈입니다.
순서를 굳이 외워야 하나 싶겠지만, 재원마다 붙는 세금 체계가 아예 다르다는 게 여기서 핵심이었습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눠서 봐야 합니다.
첫째,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입니다. 여기에는 앞서 본 나이별 연금소득세(3.3~5.5%)가 붙습니다. 연금저축펀드나 IRP에 매년 넣고 공제를 받아온 돈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이연퇴직소득입니다. 퇴직금이 연금계좌로 넘어온 돈은 애초에 퇴직소득세 대상이었던 재원이라, 나이별 세율이 아니라 퇴직소득세 자체를 깎아주는 방식이 적용됩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이 감면율이 연금수령연차(연금을 처음 받기 시작한 해를 1년차로 세는 햇수) 기준 1~10년차 30%, 11~20년차 40%, 21년차 이상 50%로 확대됐습니다. 오래 나눠 받을수록 감면 폭이 커지는 셈이죠.
정확한 퇴직소득세 금액은 근속연수와 중간정산 이력에 따라 사람마다 편차가 커서, 이 글에서 특정 금액으로 계산해 보여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구조를 이해했다면 실제 세액은 국세청 홈택스의 퇴직소득세 모의계산 메뉴로 확인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연금 수령 방법의 갈림길, 연금이냐 일시금이냐
연금 수령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연금으로 나눠 받거나, 목돈으로 한꺼번에 찾거나. 뒤쪽을 세법에서는 연금외수령이라고 부르는데요. 수령 요건을 못 채웠거나 한도를 넘겨 찾는 인출을 뜻하고, 중도해지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연금으로 받으려면 만 55세 이상, 그리고 가입 후 5년이 지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다만 퇴직금이 넘어온 계좌라면 이 5년 조건은 예외입니다. 만 55세만 넘으면 바로 연금으로 개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연금이라고 무제한으로 뽑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해에 연금으로 인정받으며 찾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연금수령한도가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계산식은 이렇습니다.
연금수령한도 = (연금계좌 평가액 ÷ (11 – 연금수령연차)) × 120%
직접 숫자를 넣어봤습니다. 평가액 5억 원에 연금수령 1년차라면 11에서 1을 뺀 10으로 5억을 나눠 5,000만 원, 여기에 120%를 곱한 6,000만 원이 그해 한도가 됩니다. 이 한도를 넘겨 인출하면 초과한 금액은 연금이 아니라 연금외수령으로 처리됩니다. “나는 연금으로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금은 일시금 기준으로 붙는다는 뜻이죠.
11년차부터는 이 한도 자체가 사라져서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13년 3월 1일 이전에 가입한 계좌는 최초 수령 연도를 6년차로 쳐주는 특례가 있어서 한도가 더 넓게 열립니다.
연금외수령이 되면 세금은 재원별로 또 갈립니다.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 부분은 기타소득세 16.5%(지방소득세 포함)로 분리과세되고요. 퇴직금 재원인 이연퇴직소득 부분은 앞서 본 30~50% 감면 없이 원래의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물게 됩니다. 감면 혜택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라 손해가 꽤 큽니다.

연 1,500만 원 선, 넘으면 전체가 달라진다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받을 때, 연간 합계가 1,500만 원 이하면 앞서 본 나이별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끝낼 수 있습니다. 2024년에 1,200만 원에서 상향된 기준이고, 2026년 7월 현재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1,500만 원을 계산할 때 퇴직금 재원(이연퇴직소득)과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같은 계좌에서 나온 돈이어도 한도에 산입되는 재원과 아닌 재원이 따로 있는 셈이죠.
여기서 정말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초과한 금액에만 세금이 더 붙는 거겠지” 하고 넘기기 쉽지만, 그게 아닙니다. 연 1,500만 원을 1원이라도 넘기면 초과분만이 아니라 그해 받은 사적연금 소득 전체 금액에 대해, 종합과세(다른 소득과 합산해 6.6~49.5% 세율 적용, 지방소득세 포함) 또는 16.5% 분리과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초과분만 16.5%”로 계산하면 실제 세금을 훨씬 적게 예상하게 됩니다. 이 지점은 꼭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종합과세를 선택하면 연금소득공제도 함께 적용되는데, 최대 900만 원까지 구간별로 누진 공제되는 구조입니다. 다른 소득이 많지 않다면 종합과세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고,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이미 많은 분이라면 16.5% 분리과세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자·배당소득의 금융소득종합과세와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데, 기준금액과 대상 소득이 다른 별개 제도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받아야 덜 내나
지금까지 본 내용을 실행 원칙으로 정리하면 네 가지입니다.
첫째, 수령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게 유리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연금소득세율이 낮아지고, 퇴직금 재원은 11년차부터 감면율이 30%에서 40%로, 21년차부터는 50%까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둘째,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 기준으로 연 수령액을 1,500만 원 아래에 두는 설계가 안전합니다. 이 선을 넘으면 세금 계산 자체가 복잡해지고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급하게 목돈이 필요하다면 인출 순서상 맨 앞에 있는, 세금이 붙지 않는 세액공제 안 받은 원금부터 빼는 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물론 계좌 안에 그런 재원이 있을 때 얘기입니다.
넷째, 퇴직금이 넘어온 계좌라면 조급하게 일시금으로 받지 않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오래 나눠 받을수록 퇴직소득세 감면율이 올라가니까요.
다만 이 원칙들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정답은 아닙니다. 다른 소득이 얼마나 있는지, 근속연수가 어떻게 되는지, 계좌를 언제 만들었는지, 목돈이 언제 필요한지에 따라 최선의 선택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어 보입니다. 큰 금액을 앞두고 있다면 개인 상황에 맞춰 세무 전문가와 한번 확인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초보가 흔히 하는 오해 3가지
첫 번째는 앞서 짚은 “1,500만 원 넘으면 초과분에만 세금이 붙는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는 전체 금액이 대상이 되니, 이것만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두 번째는 “연금 받으면 건강보험료가 오른다”는 생각입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 연금저축·IRP 같은 사적연금 수령액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실제로 빠져 있습니다. 다만 이건 법률로 확정된 권리가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정 운영 관행이라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이를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통과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부과되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거죠.
세 번째는 “종신수령이 2026년에 새로 생긴 절세 카드”라는 생각입니다. 원래 있던 4.4% 특례세율이 2026년 1월 1일부터 3.3%로 낮아진 것이지, 없던 제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정리하며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연금은 낼 때 공제받은 만큼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내는 과세이연 구조라는 것. 계좌 안 재원은 성격이 달라서 나이별 세율(3.3~5.5%)과 퇴직소득세 감면(30~50%)이라는 두 체계로 나눠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연 1,500만 원 선을 넘으면 전체 금액의 과세 방식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입니다. 내 연금저축·IRP 계좌의 잔고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러니까 세액공제 받은 원금인지 운용수익인지 퇴직금 재원인지를 앱이나 잔고증명서로 한번 확인해보는 겁니다. 재원 구성을 알아야 앞서 본 원칙들을 내 상황에 대입해볼 수 있으니까요. 절세 3대장(ISA·연금저축·IRP) 글을 아직 안 보셨다면 전체 그림을 잡는 데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세금 구조는 사람마다, 시점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글도 하나의 기준선일 뿐이니 일률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 글은 개인이 공부하며 정리한 기록으로, 특정 상품·종목에 대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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