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톡방에서 다들 수익 인증샷을 올립니다. 나만 안 산 종목이 오늘도 상한가 근처까지 올라갑니다. 결국 차트도 제대로 안 보고 매수 버튼을 눌러버리는데요, 이게 전형적인 뇌동매매입니다.
뇌동매매(雷同賣買)는 말 그대로 “우레가 울리면 같이 반응한다”는 뜻으로, 내 판단이 아니라 남들의 움직임에 휩쓸려 사고파는 걸 말합니다. FOMO 주식 매수도 결국 같은 뿌리인데요, “나만 놓치는 것 같다(Fear Of Missing Out)”는 불안이 매수 버튼을 대신 눌러주는 셈입니다.
뇌동매매가 뭐길래 — FOMO와 손실회피가 만드는 조합
문제는 이게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심리학·행동경제학에서 이미 이름 붙여진 편향들이 겹쳐서 작동하는 거라, 알아도 당하기 쉽습니다. 크게 네 가지가 뇌동매매를 설명하는 축입니다.
손실회피: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1992년 후속 연구(누적전망이론)에서 실증적으로 추정한 손실회피계수는 약 2.25입니다(Tversky & Kahneman, 1992).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2.25배 더 아프게 느낀다는 뜻인데, 그래서 오르는 종목을 놓치는 것도 일종의 “손실”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처분효과: 국내 개인투자자 약 20만 명, 521만 개 포지션을 분석한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익 난 종목을 파는 확률이 손실 난 종목을 파는 확률보다 약 2.18배 높았습니다(자본시장연구원, 2022.02 발표, 2020년 3~10월 데이터 기준). 오른 건 서둘러 팔고 떨어진 건 붙잡고 버티는 습관이죠.
과잉확신: 같은 보고서에서 신규 투자자의 시장수익률 대비 회귀계수는 1.05, 기존 투자자는 0.27로 약 4배 차이가 났습니다(자본시장연구원, 2022.02). 처음 몇 번 수익이 나면 “나는 좀 하는구나” 싶어지는데, 이게 다음 뇌동매매를 부르는 연료가 됩니다.
군집심리(허딩): 같은 종목에 동시에 몰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순매수 비중 상관계수가 일평균 0.169로 나타났습니다(자본시장연구원, 2022.02). 낮아 보이는 숫자지만, 개인투자자끼리 우연이라기엔 꽤 뚜렷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숫자로 보는 뇌동매매 — 시기는 달라도 패턴은 반복된다
2020년 3월부터 10월, 코로나19로 개인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던 시기의 기록을 보면 뇌동매매의 결과가 꽤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기간 신규 투자자의 20대 비중은 28%로 기존 투자자(8%)보다 훨씬 높았습니다(자본시장연구원, 2021.06). 거래도 유난히 잦았는데, 국내 개인투자자의 연간 거래회전율이 1,600%를 넘었습니다(자본시장연구원, 2022.02, 2020.3~10 기준). 거래회전율은 1년 동안 보유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아 교체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1,600%면 1년에 보유 종목을 열여섯 번쯤 통째로 갈아치운 셈입니다.
거래가 잦았다고 성과가 좋았던 건 아닙니다. 같은 기간 신규 투자자의 60% 이상이 손실을 봤고, 늘어난 거래대금만큼 거래세·수수료 등 거래비용도 13조 7천억 원에 달했습니다(자본시장연구원, 2021.06~2022.02 관련 발간물, 2020.3~2021.2 기준). 조급하게 자주 사고팔수록 남는 건 수수료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해외 사례도 있습니다. 2021년 1월, 미국 게임스탑 주가는 52주 최저가 대비 장중 한때 약 190배까지 치솟았는데요(2021.01.28 기준), 온라인 커뮤니티발 매수 열기가 얼마나 빠르게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패턴은 최근에도 반복됩니다. 2025년 코스피는 연간 +75.6% 상승하며 G20·OECD 회원국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는데요(2025년 말 종가 4,214.17, 전년 말 2,399 대비). 그런데 코스피가 처음 4,100선을 넘긴 2025년 10월 30일 기준 NH투자증권의 고객 계좌 분석에서는 20대의 44.3%, 30대의 52.1%가 여전히 손실 상태였습니다(2025.11.10 보도).
빚까지 낸 경우는 더 위험했습니다. 2026년 3월 1일부터 9일, 단 9거래일 동안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계좌 약 46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신용거래를 쓴 20대는 손실이 신용 미사용자보다 최대 3.2배(소액투자자 기준), 30대는 2.8배까지 커졌습니다(2026.03 보도). 표본 기간이 짧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방향성만큼은 앞선 코로나 국면 데이터와 겹칩니다.

남들 다 벌 때가 특히 위험한 이유
랠리 뉴스가 쏟아지는 시점은 앞서 말한 네 가지 편향이 한꺼번에 켜지는 순간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손실회피는 “나만 안 사면 손해”라는 조급함을 키우고, 군중심리는 옆 사람이 산다는 사실 자체를 매수 근거로 만들어버립니다.
여기에 처분효과와 과잉확신까지 겹치면 상황이 꼬입니다. 초반에 몇 번 수익을 본 사람일수록 “이번에도 되겠지” 하며 신용까지 끌어다 베팅 규모를 키우는데, 앞서 본 2026년 3월 데이터처럼 신용을 쓴 쪽의 손실 폭이 눈에 띄게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보입니다.
초보 투자자가 흔히 하는 실수는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이유 없이 급등한 종목을 뒤늦게 추격매수하는 것, 손절 기준을 정하지 않고 버티다 물타기로 착각한 추가매수를 하는 것, 그리고 자기 원래 투자 계획과 무관한 종목에 계획 밖의 비중을 실어버리는 것입니다.
조급함을 끊는 실전 장치 4가지
편향을 안다고 저절로 안 당하는 건 아니어서, 매수 전에 거치는 장치를 몇 개 만들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급한 클릭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습니다.
매수 이유 한 문장 메모: 사기 전에 “왜 사는가”를 딱 한 문장으로 적어봅니다. “다들 사길래”밖에 안 써지면 그건 사지 말라는 신호입니다.
24시간 대기 규칙: 급등 뉴스를 보고 사고 싶어지면 최소 하루는 미룹니다. 하루 지나도 여전히 사고 싶다면 최소한 즉흥 매수는 아니게 됩니다.
손절 기준을 매수 전에 정하기: 사기도 전에 “여기까지 빠지면 판단이 틀렸다는 뜻”이라는 기준을 정해두면, 나중에 물려도 버티는 대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잡는 방법은 손절 기준, 사기 전에 정하는 겁니다 글에서 다뤘습니다.
분할로 나눠 진입: 한 번에 몰아 사는 대신 나눠서 들어가면 추격매수의 폭도 자연히 줄어듭니다. 물타기와 헷갈리기 쉬운 개념이라 물타기와 분할매수는 다릅니다 글에서 차이를 정리해뒀습니다.
여기에 평소 분산투자 원칙과 리밸런싱 주기를 지키고 있으면, 애초에 계획에 없던 종목을 급하게 추격할 여지 자체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비중 규칙이 있으면 “이 종목에 얼마나 더 넣을 수 있는지”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정리
뇌동매매는 손실회피, 처분효과, 과잉확신, 군집심리 네 가지 편향이 겹쳐서 만들어지는 거라 “나는 안 그럴 것 같다”는 생각 자체가 함정일 수 있어 보입니다. 코로나 국면이던 2020년이나 랠리가 이어진 2025~2026년이나, 조급하게 뛰어든 쪽의 손실 폭이 유독 컸다는 사실은 시기가 달라도 반복됩니다.
다만 매수 이유를 적어두고, 하루쯤 대기하고, 손절 기준부터 정하고, 나눠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동적인 클릭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시장을 이기는 것보다 내 조급함을 이기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 몫이라는 점,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이 글은 개인이 공부하며 정리한 기록으로, 특정 상품·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글의 수치는 작성일 기준이므로 실제 가입·투자 전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