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을 5개, 6개로 나눠 담아놨는데 하락장이 오면 계좌가 통째로 같이 빠지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실 것 같습니다. 처음엔 “이 정도면 분산투자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요. 알고 보니 반도체 관련 종목 세 개, 2차전지 관련
두 개를 담아놓은 거였습니다. 이름은 다섯 개지만 사실상 한 업종에 몰빵한
거나 마찬가지였던 거죠. 분산투자를 공부하다 보면 결국 “바구니를 몇 개로
나누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그 바구니들이 서로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느냐, 즉 상관관계입니다.
상관계수, 바구니 개수보다 중요한 것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198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이 남긴 말로 유명합니다. 정확히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설명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수상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쉬운 말로 설명해달라”고 하니까
즉석에서 던진 비유였습니다(출처: Nobel Prize, 1981). 이게 전 세계
신문 헤드라인이 될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던 거죠. 이론 자체는 1952년 해리
마코위츠가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됐고, 마코위츠는 이 공로로 1990년 머튼
밀러, 윌리엄 샤프와 함께 노벨상을 받았습니다(출처: Nobel Prize, 1990).
여기서 핵심은 이거였습니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도, 그 바구니들이
전부 같은 트럭에 실려서 같이 넘어지면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이걸 숫자로
표현한 게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입니다. 두 자산이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1부터 +1 사이 숫자로 나타낸 건데요. +1이면 완전히
같은 방향, -1이면 완전히 반대 방향, 0이면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생활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우산 가게와 아이스크림 가게는 비 오는 날과
맑은 날 매출이 정반대로 움직이니까 상관계수가 음수에 가깝습니다. 반면
같은 브랜드 카페 두 지점은 손님이 늘고 주는 이유가 거의 비슷하니까
상관계수가 양수, 그것도 1에 가깝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2년의 배신과 2026년의 반전
주식과 채권은 오랫동안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짝”으로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21년까지는 대체로 음의 상관관계, 자산운용사 AQR 자료 기준
대략 -0.11에서 -0.27 사이를 오갔습니다(출처: AQR, 2024). 그런데 2022년,
이 공식이 무너집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금리가 오르자 채권값이 떨어지고,
동시에 주식도 같이 빠졌습니다. 주식과 채권을 60:40으로 섞은 대표적인
포트폴리오가 그해 약 -16%에서 -17% 사이 손실을 봤고요(출처: Morgan
Stanley, AQR 자료 종합, 2024). 이 상태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상관계수
+0.5 이상으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나눠 담았다고 안심했던 바구니 두 개가
알고 보니 같은 트럭에 실려 있었던 셈이죠.
그런데 최근 다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UBS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초까지
+0.40 수준이던 S&P500과 미국 10년물 국채의 상관계수가, 2026년 6월 무렵
-0.69에서 -0.70까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건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출처: Investing.com Korea, 2026.06.27 보도). 상관관계는
이렇게 고정된 값이 아니라 시장 국면에 따라 계속 움직이는 살아있는
숫자라는 게 이 사례에서 드러납니다.
숫자 감각을 잡기 위해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주식 표준편차(가격이
얼마나 출렁이는지 나타내는 변동성 지표)를 15%, 채권을 5%, 두 자산의
상관계수를 0.5라고 가정하고 50:50으로 섞으면, 분산 공식으로 계산했을 때
포트폴리오 전체 표준편차는 약 9.0%가 나옵니다. 두 자산 변동성을 단순
평균 내면 10%인데, 상관관계가 1보다 작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보다 낮은
9.0%로 줄어드는 겁니다. 이게 분산투자가 위험을 낮추는 원리입니다.

“분산투자”라고 착각하기 쉬운 것들
앞서 제 사례처럼 같은 업종 종목을 여러 개 담는 건 흔한 착각인데요. 업종이
같으면 주가를 움직이는 원인(원자재 가격, 업황, 규제 이슈)도 비슷하기 때문에
상관계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만 다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놓은 것과 비슷한 셈이죠.
“해외주식을 사기만 하면 저절로 분산된다”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025년 11월 기준 코스피와 S&P500의 상관계수는 0.771에서 0.83 사이까지
올라왔는데, 이는 2024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출처: 헤럴드경제,
2025.11.26). 코스피 주도 업종이 반도체 쪽으로 옮겨가면서 미국 기술주
변동성이 그대로 전이되는 구조가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주식과 미국주식을
같이 담아도, 정작 두 시장이 같은 이유로 같이 흔들릴 가능성이 예전보다
커진 셈입니다.
반대로 좋은 분산의 예도 있습니다. 세계금협회와 SPDR 자료를 보면 금과
S&P500의 지난 50년(1975~2025년) 평균 상관계수는 약 0.02로, 사실상
거의 관계가 없는 수준입니다. 최근 구간으로 좁혀도 대략 -0.1에서 +0.2
사이의 약한 상관관계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World Gold Council, SPDR
자료). 자산을 늘어놓기만 할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이는
자산인지를 확인하는 게 진짜 분산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국 투자자들은 정말 분산하고 있을까
그럼 실제로 우리는 분산투자를 잘하고 있을까요.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아니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 1~3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비율이 75% 안팎이었다가, 2021년 이른바 동학개미 붐 때 6종목 이상 보유
비율이 29.1%까지 늘며 분산이 확대되는 듯했는데요. 이후 최근 3년간 다시
집중투자 성향이 강해지면서 2024년 기준 6종목 이상 보유 비율은 26.9%로
낮아지고, 1~3종목 집중 투자자 비율은 오히려 59.7%로 높아졌습니다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2025). 분산투자가 점점 느는 추세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겁니다.
지역 분산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2025년 3분기 기준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로
개인투자자 해외주식 보관금액 중 미국 비중이 94%에 달합니다(출처:
한국예탁결제원, 2025). 2010년대 초반에는 일본 비중이 40% 안팎, 미국이
2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쏠림이 크게 심해진
흐름입니다. 참고로 투자 인구 자체는 계속 늘어서 2025년 말 실질주주
수는 1,455만 8,479명으로 집계됐습니다(출처: Investing.com Korea, 2025).
투자하는 사람은 느는데, 분산하는 습관은 오히려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네요.

초보자가 실천할 수 있는 분산 원칙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970년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주식을 대상으로 한 고전적인 연구(Elton & Gruber, 1977)에 따르면,
종목을 1개만 보유했을 때 평균 표준편차는 약 49%였는데 4개로 늘리면
30%, 10개면 23.9%, 20개면 22%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종목 수를 무한정
늘리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대략 15~20개 안팎) 이상부터는 위험 감소
효과가 크게 둔화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건 반세기 전 미국 시장 데이터라
지금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통계는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전에서는 종목 수보다 세 가지 축으로 접근하는 게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첫째는 자산군 분산으로, 주식·채권·금처럼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 것입니다. 둘째는 지역 분산으로, 국내와 해외를 같이 보되
위에서 본 것처럼 상관관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한 번씩 확인해보는
게 좋아 보입니다. 셋째는 시간 분산으로, 한 번에 몰아서 사지 않고
매달 나눠서 적립식으로 사는 방법입니다. 개별 종목을 일일이 고르기
부담스럽다면, 여러 종목을 묶어놓은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하면 적은
금액으로도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개념 설명이고,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짚어두고 싶습니다.
정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분산투자의 핵심은 바구니 개수가 아니라 바구니
간 상관관계이고, 그 상관관계는 2022년 주식-채권 사례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으며, 실천은 종목 수 늘리기보다 자산군·지역·시간
축으로 접근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관관계가
이렇게 자주 바뀐다는 걸 알고 나니, “분산했으니 안전하다”고 한 번
정해놓고 안심하기보다는 가끔씩 내 자산들이 실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습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정리한
내용이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보는 데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개인이 공부하며 정리한 기록으로, 특정 상품·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글의 수치는 작성일 기준이므로 실제 가입·투자 전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