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만 담긴 계좌를 몇 달 지켜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아실 텐데요. 지수가 5% 빠지는 날, 계좌 잔고도 그대로 5% 빠지는 걸 보면서 “분산투자를 하라던데 나는 왜 다 같이 흔들리지” 싶었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만약 채권 ETF, 금 ETF, 리츠 ETF등을 주식과 함께 조금씩 섞으면 계좌 전체가 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자산이 각각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왜 주식과 다르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세금은 어떻게 다른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대박을 노리는 자산이 아니라 “덜 흔들리기 위한” 자산이라는 관점으로 봐주시면 이해가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채권 ETF,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
채권은 쉽게 말해 “차용증”입니다. 국가나 기업이 돈을 빌리면서 “몇 년 뒤에 원금 갚고, 그전까지는 이자(쿠폰)를 주겠다”고 약속한 증서인데요. 채권 ETF는 이런 채권 수백 개를 한 바구니에 담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입니다.
발행 주체에 따라 성격이 꽤 다릅니다.
국고채 ETF: 국가가 발행해서 못 갚을 위험이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이자율(수익률)도 낮은 편입니다.
회사채 ETF: 기업 신용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회사가 부도나면 못 받을 위험도 커집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1년 이하)은 가격이 잘 안 흔들리고, 만기가 긴 채권(10년, 20년)일수록 금리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금리와 채권가격의 역관계인데요. 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니까, 예전에 낮은 이자로 발행된 기존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져서 가격이 내려갑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기존 채권(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의 인기가 올라가 가격이 오릅니다.
숫자로 한번 볼까요? 표면금리 3%짜리 채권을 100만 원어치 갖고 있는데, 시장금리가 4%로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새로 나오는 채권은 4%를 주는데 내 채권은 3%만 주니, 같은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 채권 가격을 깎아서(예를 들어 97만 원 정도로) 실질 수익률을 맞춰줍니다.
반대로 금리가 2%로 내려가면 내 채권(3%)이 더 매력적이라 가격이 103만 원 근처로 오르는 식입니다. 정확한 하락·상승 폭은 만기·듀레이션에 따라 다르지만, 방향성은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이 역관계 덕분에 채권 ETF는 경기가 나빠져 주식이 빠질 때 오히려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걱정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채권 가격은 오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인데요. 주식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채권이 버텨주거나 오히려 오르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분산투자, 계란과 바구니 그리고 상관관계 글에서 다뤘던 “낮은 상관관계”가 바로 이 원리입니다.
다만 이게 항상 성립하는 공식은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금리가 아주 빠르게, 큰 폭으로 오르는 시기에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권 = 무조건 안전”이라고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금 ETF, 배당 없이도 담는 이유
금 ETF는 금값 시세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금고에 실물 금을 사서 보관하는 대신,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것인데요.
여기서 초보자가 헷갈리는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금 ETF는 배당이나 이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금은 은행 예금처럼 이자를 주거나, 주식처럼 회사 이익을 나눠주는 자산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오로지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팔았을 때”만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추종 방식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현물 추종형: 실제 금을 사서 보관하고 그 시세를 따라갑니다. 구조가 단순해서 초보자가 이해하기 쉬운 편입니다.
선물 추종형: 금 선물 계약으로 시세를 따라갑니다. 계약 만기가 될 때마다 다음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싼 상황(컨탱고)이 계속되면 갈아탈 때마다 조금씩 손실이 쌓일 수 있습니다.
그럼 왜 배당도 안 주는 금을 담을까요?
물가가 오를 때(인플레이션) 금값도 같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실물자산으로서 헤지 역할을 하고,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흔들리는 위기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버텨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도 “부분적”이고 “매번 그런 건 아니다”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금값도 단기적으로는 크게 출렁이기 때문에, 금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리츠 ETF, 임대료를 받는 주식
리츠(REITs)는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건물이나 상가 같은 부동산을 사고, 거기서 나오는 임대료와 매각차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구조입니다. 리츠 ETF는 이런 리츠 여러 개를 한 바구니에 담은 상품이고요.
건물주가 되고 싶지만 목돈이 없는 사람이 소액으로 임대수익 일부를 나눠 받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사고팔기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고요.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리츠”와 고속도로·항만 같은 인프라에 투자하는 “인프라펀드”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둘은 법적 구조와 성격이 달라서 정확히는 “리츠·인프라 등 부동산·실물자산형 ETF”라는 넓은 범주로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배당 얘기도 짚어야 할 것 같은데요. 리츠는 예금 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하고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배당률은 개별 상품·시점마다 다르기 때문에 “몇 % 나온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매수 전 상품 페이지에서 최근 배당 내역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리츠의 가치도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1) 리츠가 빌린 돈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2) 미래 임대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올라가서 가치평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총보수(운용에 드는 비용) 역시 채권 ETF보다는 대체로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품마다 편차가 커서 정확한 숫자는 매수 전 직접 확인하는 걸 권해드립니다.

세 자산을 섞으면 뭐가 달라질까
주식만 담았을 때와, 채권·금·리츠를 함께 담았을 때를 국면별로 나눠보면 이런 그림이 그려집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주식만 담은 계좌가 더 크게 오릅니다. 채권·금·리츠가 상승 폭을 조금 눌러주기 때문인데요.
경기가 나빠지고 금리가 내려갈 때는 반대입니다. 주식만 담은 계좌는 크게 흔들리지만, 채권이 오르면서 손실 폭을 상쇄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가가 급하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주식·채권 모두 부담스러운데, 이때 금이 부분적으로 손실을 상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요, 분산의 목적은 “이 자산으로 대박을 내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한 자산이 흔들릴 때 다른 자산이 버텨줘서 계좌 전체의 변동성을 낮추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종자돈을 지키면서 복리 효과를 오래 이어가려면 큰 폭의 하락을 피하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나이와 투자 기간에 맞게 비중을 정하고 싶다면 내 나이와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짜기 글도 참고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건, 채권·금·리츠도 “안전자산”이라는 이름과 달리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빠르게 급등하면 채권도 빠지고, 금과 리츠도 그 나름의 변동성을 갖고 있습니다. 분산은 손실을 완전히 없애는 마법이 아니라, 손실 폭을 줄여주는 완충재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세금은 다르다: 기타 ETF 과세와 주의점
여기서부터는 숫자가 좀 나오는데요, 아래 세율은 이 글 발행일(2026-09-28) 기준입니다. 세법은 자주 바뀌는 영역이라 실제 매수 전에는 홈택스나 증권사 안내로 최신 기준을 한 번 더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국내 주식으로 구성된 ETF(코스피200 ETF 등)는 매매차익이 비과세입니다. 대신 분배금(배당)에는 15.4%(소득세 14%+지방소득세 1.4%)가 과세됩니다.
그런데 채권·금·리츠 등 국내 주식을 담지 않은 “기타 ETF”는 다릅니다. 이 경우는 매매차익도 배당소득으로 간주해서 15.4%가 원천징수됩니다. 국내주식형 ETF에만 있는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KB Think ETF 세금 안내, 삼성자산운용 ETF 세금 가이드, 2026.07 기준).
숫자로 확인해볼까요. 채권 ETF를 사서 100만 원의 매매차익이 났다고 가정하면, 15.4%인 15만 4천 원이 세금으로 빠지고 세후로는 84만 6천 원이 남습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국내주식형 ETF였다면 이 100만 원이 그대로 내 손에 남았을 거라,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여기에 하나 더 알아둬야 할 구조가 있습니다. 이자와 배당(ETF 분배금 포함)을 합쳐서 연 2,000만 원까지는 15.4% 원천징수로 끝나지만, 이걸 넘는 초과분은 다른 소득과 합산돼 종합소득세 누진세율 구간이 적용됩니다. “매매차익이 45% 세금 맞는다”는 식으로 단일 숫자로 알고 계셨다면 정확한 구조는 아닌데요. 2,000만 원까지는 15.4%로 끝나고, 그걸 넘는 부분만 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이 올라가는 2단계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기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자·배당 2천만 원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글에서 조금 더 풀어뒀습니다.

정리
오늘 살펴본 내용을 세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채권·금·리츠 ETF는 주식과 다른 이유로 움직이는 자산이라, 계좌에 섞어두면 하락장에서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채권·금·리츠 등 기타 ETF는 매매차익도 15.4%로 과세되니, 세전이 아니라 세후 수익 기준으로 국내주식형 ETF와 비교해보는 습관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세 자산도 “안전자산”이라는 이름과 달리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걸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분산의 목적은 대박이 아니라 방어니까요.
실제로 어떤 상품을 어떻게 검색해서 사면 되는지는 ETF 사는 법, 검색부터 첫 주문까지 실전 가이드 글에서 다뤄뒀으니 이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채권·금 비중을 늘려가는 중인데, 정답이 있는 비율은 아니고 투자 기간과 성향에 맞춰 각자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정리한 내용이 자산배분을 고민하는 분들께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 이 글은 개인이 공부하며 정리한 기록으로, 특정 상품·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글의 수치는 작성일 기준이므로 실제 가입·투자 전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