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이 들어온 날, 증권사 앱을 켜놓고 한참을 망설인 적 있으신가요. 어제보다 조금 올랐으니 오늘은 쉴까, 아니면 더 오르기 전에 사둘까. 이런 고민을 하다 결국 아무것도 안 사고 앱을 닫아버리는 일, 꽤 흔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고민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기능이 이미 대부분의 증권사 앱에 있더라고요. 바로 정기 자동매수, 흔히 말하는 적립식 투자입니다.
적금처럼 주식을 산다는 것
정기 자동매수는 말 그대로 매달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만큼 특정 종목이나 ETF를 자동으로 사는 기능입니다. 적금 자동이체 걸어두듯 주식도 자동이체로 모으는 셈이죠. 이렇게 시점을 나눠서 꾸준히 사는 방식을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분할 매수)이라고 부르는데요. 매번 같은 금액을 넣으면 주가가 쌀 때는 더 많은 주식 수를, 비쌀 때는 더 적은 주식 수를 사게 되면서 평균 매입 단가가 자연스럽게 평준화되는 원리입니다.
예전에는 이게 좀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한 주에 5만 원짜리 종목을 매달 20만 원씩 사려면 3주에서 4주밖에 못 사고 나머지 돈은 그냥 남았거든요. 그런데 2022년 9월 26일부터 국내 주식도 소수점 단위로 살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출처: 한국경제, 2026.07 기준 확인). 지금은 다수 증권사 앱에서 최소 100원 단위로도 매수가 가능해졌고요(출처: 딜사이트). 덕분에 20만 원을 남김없이 딱 맞춰 넣는 정기 매수가 훨씬 수월해진 겁니다.

왜 굳이 자동화를 하는가
정기 매수의 가장 큰 효과는 사실 수익률보다 심리 관리 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르면 더 오를까 봐 못 사고, 내리면 더 내릴까 봐 못 사는 게 사람 마음인데요. 매수를 자동화해두면 이런 고민 없이 정해진 날에 그냥 사지는 겁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뱅가드(Vanguard)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방식(일시투자)이 같은 목돈을 3개월에 걸쳐 나눠 넣는 방식보다 1년 후 자산이 더 컸던 비율이 68%였다고 합니다(출처: Vanguard, 2023.02). 이 수치만 보면 “그럼 나눠 사는 게 손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 연구는 이미 손에 쥔 목돈을 즉시 넣을지 짧은 기간 쪼개 넣을지를 비교한 것이지,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몇 년을 모으는 일반적인 적립식 투자와는 전제 자체가 다릅니다. 애초에 목돈이 없어서 매달 나눠 모으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비교인 셈이죠.
오히려 적립식이 빛을 발하는 건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입니다. 1996년 6월부터 1998년 9월까지, 그러니까 IMF 외환위기를 관통한 30개월 동안 국내 시장에서 한 번에 목돈을 넣은 거치식 투자는 -68.32%, 매달 나눠 넣은 적립식 투자는 -43.93%의 손실률을 기록했습니다(출처: 미래에셋증권 2009년 보고서 “시장 유형별 적립식 투자성과”). 물론 이건 특정 폭락장 한 건에서 나온 역사적 사례일 뿐, 모든 하락장에서 적립식이 손실을 이만큼 줄여준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도 않고요. 다만 “적립식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지만, 한꺼번에 넣는 것보다는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앱에서 실제로 어떻게 설정하나
증권사마다 화면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흐름은 비슷합니다. ①살 종목(또는 ETF)을 고르고, ②매수 금액이나 수량을 정하고, ③매일·매주·매월 중 주기를 선택하고, ④구체적인 매수일을 지정한 뒤, ⑤계좌에 예수금(주식을 사려고 미리 넣어둔 현금)을 충분히 채워두면 끝입니다.
예를 들어 신한투자증권의 “정기투자” 서비스는 국내 주식 기준 1,000원 이상 또는 1주 이상부터 시작할 수 있고, 매일·매주·매월 중 주기를 고를 수 있습니다. 계좌 하나에 최대 30건까지 설정 가능하고, 국내 주식은 최대 36개월까지 자동으로 유지되는데 해외 주식은 기간 제한 없이 직접 해지할 때까지 이어집니다(출처: 신한증권 공식, 2026.07 기준). 토스증권의 “주식 모으기”는 국내·미국 주식 모두 매수 수수료가 금액이나 횟수와 무관하게 무료인데요, 다만 이건 “주식 모으기”라는 정기매수 기능에 한정된 정책이고, 이와 별개로 토스증권의 일반 매매(직접 사고파는) 국내 주식 수수료는 2026년 6월 30일부로 무료 이벤트가 끝나 유료로 전환됐습니다(출처: 토스증권 공지, 2026.07 기준). 정기매수만 무료라는 점을 헷갈리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증권사별 최소금액, 수수료율, 최대 설정 건수는 계속 바뀌고 있고 증권사마다 편차도 커서, 이 글에 적힌 수치를 참고하되 실제 설정 전에는 반드시 본인이 쓰는 앱에서 직접 최신 조건을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ETF 적립과 개별종목 적립, 뭐가 다른가
ETF(상장지수펀드)는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놓은 상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 하나를 사면 국내 대표 기업 200개에 나눠 투자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는데요. 정기 매수로 ETF를 모으면 종목 하나하나를 고민할 필요 없이 시장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셈이라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합니다.
반면 개별종목 적립은 특정 회사 하나에 집중해서 매달 사 모으는 방식입니다. 그 회사가 잘되면 수익이 크지만, 그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타격도 고스란히 혼자 받게 되죠. 그만큼 해당 기업의 실적과 산업 흐름을 꾸준히 챙겨봐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해외 개별주식이나 해외 ETF를 정기 매수로 모을 때는 수수료 구조도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한증권 기준 해외주식 온라인 수수료는 0.25% 수준이고, 여기에 매도할 때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는 수수료가 별도로 붙는데, 2026년 4월 4일 개정된 기준으로 100만 달러당 20.60달러, 비율로는 0.00206% 정도입니다(출처: U.S. SEC, 2026.07 기준). 여기에 환전 스프레드(환전할 때 은행·증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격차)까지 더해지는데, 이건 증권사와 환전 시간대, 우대율 조건에 따라 차이가 커서 정확한 수치를 단정하기보다는 매수 전 본인 앱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흔한 실수와 조심할 점
가장 흔한 실수는 하락장이 오면 겁이 나서 정기매수를 스스로 중단해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코스트 애버리징의 핵심은 쌀 때 더 많이 사는 데 있는데, 가장 싼 구간에 매수를 멈추면 이 효과 자체가 사라져버립니다. 물론 시장이 계속 나쁠지 좋아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 무조건 계속하라는 뜻은 아니고 본인 상황에 맞게 판단할 문제이긴 합니다.
두 번째는 예수금 부족입니다. 매수일에 계좌에 돈이 없으면 그날 매수가 아예 안 되는데, 재처리 방식이나 정확한 접수 시각은 증권사와 기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도 본인이 쓰는 앱의 도움말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세 번째는 최소 투자기간이나 최대 설정 건수를 확인 안 하고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앞서 본 신한증권 예시처럼 국내 주식은 최대 36개월로 기간이 정해져 있을 수 있으니, 장기로 계속 모으고 싶다면 만료 시점에 재설정이 필요한지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습니다.
시작 전 체크리스트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매수할 종목이 ETF인지 개별종목인지 정한다. 둘째, 매달 넣을 금액과 매수 주기(매일/매주/매월)를 정한다. 셋째, 매수일 전에 예수금을 미리 채워둔다. 넷째, 수수료가 정기매수에도 적용되는지, 일반 매매와 조건이 다른지 확인한다. 다섯째, 최소·최대 투자기간과 계좌당 설정 가능 건수를 확인한다. 여섯째, 하락장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금액으로 시작한다.
뱅가드 연구와 IMF 시기 사례는 서로 다른 조건을 비교한 자료입니다. 그래서 “적립식이 항상 이긴다”거나 “적립식이 항상 진다” 같은 단순한 결론은 어느 쪽도 아니더라고요. 다만 매번 타이밍을 고민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줄여준다는 점, 그리고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충격을 나눠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정기 자동매수의 실질적인 장점으로 보입니다. 결국 어떤 종목을, 얼마씩, 얼마나 오래 모을지는 투자자 본인의 상황과 판단에 달린 문제입니다.
※ 이 글은 개인이 공부하며 정리한 기록으로, 특정 상품·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글의 수치는 작성일 기준이므로 실제 가입·투자 전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