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만원 정도는 모아야 투자를 시작하지.”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입니다. 통장에 목돈이 쌓이기 전까지는 투자를 미루고, 그 사이 예금 이자만 쳐다보는 사람이 많은데요. 사실 매달 10만원, 30만원씩 나눠 넣는 적립식 투자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5장 포트폴리오 시리즈로, 적립식 투자와 거치식 투자를 데이터로 비교해보고 왜 목돈이 없어도 지금 시작하는 게 나은지 정리해봤습니다. 앞서 다룬 분산투자와 상관관계 이야기와 이어지는 내용이라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적립식과 거치식, 뭐가 다른가 (거치식 적립식 비교)
적립식 투자(DCA, Dollar Cost Averaging)는 정해진 금액을 정해진 주기로 나눠서 사는 방식입니다. 월급날마다 정기적금 넣듯이 매달 10만원어치 주식을 사는 식이죠. 거치식 투자(Lump Sum)는 반대로 목돈을 한 번에 투입하는 방식인데요. 3,000만원이 생겼다면 그 돈을 그대로 한 번에 매수하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적립식은 12개월 할부로 물건을 사는 것, 거치식은 일시불로 결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둘 다 결국 같은 물건(자산)을 사는 거지만 돈을 넣는 타이밍과 속도가 다른 셈이죠.
데이터로 보면 거치식이 이긴다는데요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그럼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요. Vanguard의 연구에 따르면 거치식 투자가 롤링 12개월 기준으로 적립식보다 약 68%의 확률로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출처: Vanguard Research, 2023-02).
국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는데요. 최혁·반주일 두 연구자가 2010년 한국증권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거치식이 적립식보다 수익률과 위험 관리 모두에서 우수했고, 목돈을 투입한 뒤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하며 보유하는 전략이 평균적으로 가장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이 차이의 크기는 과장해서 볼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흔히 “10년이면 40%나 차이 난다”는 식의 이야기가 돌아다니는데, Vanguard 원본 연구를 보면 자산배분에 따라 약 1.2~2.3%포인트 수준의 완만한 차이입니다. 100% 주식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약 2.2%p, 주식과 채권을 60대 40으로 섞은 포트폴리오 기준으로는 약 1.8%p 정도였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요, 거치식이 통계적으로는 유리하지만 그 격차가 인생을 바꿀 만큼 극적이지는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목돈 없이 시작해야 하는 이유
여기서 핵심은 이거였습니다. 위 통계는 전부 “목돈이 이미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 비교라는 점인데요. 목돈이 없는 사람에게 거치식과 적립식 중 뭐가 유리하냐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없는 돈을 한 번에 넣을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거치식에는 타이밍 리스크라는 게 따라붙습니다. 비트코인 사례를 보면 감이 옵니다. 비트코인은 2021년 11월 약 6만9,22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는데(출처: Forbes, 2021.11.10 보도), 이후 2022년 11월에는 약 1만5,600~1만6,500달러까지 떨어져 고점 대비 76~77% 하락했습니다(출처: NYDIG Research). 만약 고점에서 목돈을 거치식으로 한 번에 넣었다면 회복까지 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했겠죠.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는 6월 16일 280선까지 폭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정확한 시작·종료 지수까지는 자료마다 표기가 달라 이번 글에서는 단정하지 않지만, 지수가 반토막을 훨씬 넘어 무너졌다는 사실만은 여러 언론 기록으로 확인됩니다. 이런 국면에서 목돈을 한 번에 넣었던 사람과, 매달 조금씩 나눠 넣던 사람의 심리적 부담은 확실히 달랐을 것 같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보다 하락장에서도 계속 넣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 보이네요.
실전에서는 얼마씩, 어떻게 넣을까
그럼 실제로 얼마씩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해보겠습니다. 월복리 공식(FV = 월 납입액 × [(1+i)^n – 1] / i)을 기준으로 잡았는데요.
– 월 10만원씩 10년, 연 7% 가정: 원금 1,200만원에 수익이 붙어 약 1,710만원 (수익 약 510만원)
– 월 10만원씩 10년, 연 10% 가정: 약 2,000만원 (수익 약 800만원)
– 월 50만원씩 10년, 연 10% 가정: 원금 6,000만원이 약 1억원으로 (수익 약 4,000만원)
물론 이건 특정 수익률을 가정한 계산일 뿐이고 실제 수익률은 매년 들쭉날쭉합니다. 다만 매달 10만원 정도의 적립식 투자로도 10년 뒤 원금의 1.4~1.7배 정도가 될 수 있다는 감을 잡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실행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키움증권은 기존 “주식적립식 자동주문” 서비스를 2026년 6월 18일 종료하고 “주식더모으기”로 통합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자동이체 입금서비스로 월 최대 100만원까지 지정일 다음 영업일에 자동으로 입금해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자동매수를 걸어두는 구체적인 방법은 매달 자동으로 주식 모으기 글에 정리해뒀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적립식 투자자가 자주 하는 실수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어 보입니다. 첫째, 목돈이 생겼는데도 무조건 잘게 쪼개서 넣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인데요. 앞서 봤듯 목돈이 있는 상태라면 거치식이 통계적으로는 조금 더 유리한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둘째, 하락장에서 겁먹고 적립을 멈추는 실수입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오히려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살 수 있는 기회인데, 이때 중단하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셋째, 수수료와 세금을 소홀히 하는 것도 흔한 실수인데 매매 횟수가 잦은 적립식 특성상 수수료와 세금 정리 글을 한 번 훑어보시길 권합니다.
적립식의 핵심은 특정 시황 사례를 결과에 맞춰 끼워 맞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같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면 가격이 낮을 때 더 많은 수량을, 높을 때 더 적은 수량을 사게 되어 진입 시점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도 하락장에서 손실 자체를 막거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으므로, 감당 가능한 금액과 기간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정리
통계적으로는 거치식이 약 68% 확률로 유리하지만 그 차이는 연 1~2%p대의 완만한 수준입니다. 목돈이 없다면 애초에 거치식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으니 적립식 투자가 현실적인 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건 완벽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락장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넣는 것 같습니다.
숫자로 확인해보면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넣으면 원금이 제법 크게 불어납니다. 다음 글에서는 적립식으로 어떤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지 좀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 이 글은 개인이 공부하며 정리한 기록으로, 특정 상품·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글의 수치는 작성일 기준이므로 실제 가입·투자 전 최신 정보를 꼭 확인하세요.





